본문 바로가기

politics story

윤석열의 맡기는 정치!? 그가 생각하는 전문가는??

윤석열은 지난 10월 19일 전두환의 독재 정치를 찬양하면서,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고 떳떳하게 얘기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이 생각하는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윤석열 같이 국정 운영에 대해 그 어떤 지식도 없는 사람이 국정 운영을 전문가에게 맡긴다면… 우리는 검사이면서 본인의 휴대폰 비밀 번호를 얘기하지 않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법 미꾸라지 한동훈을 법 전문가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나라의 큰 행사나 중대한 결정은 천공 스님이라는 전문가를 통해 이루어지며, 메르스나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면 항문침으로 치료(??)하는 이병환 전문가가 중대본을 지휘하고,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는 외교 전문가인 역술인이 항상 동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 소개된 글은 2021년 11월 8일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윤석열, 누가 전문가인지 구분할 능력은 있고?" 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결정됐다. ‘어쩌면 이명박, 박근혜에 버금가는 최악의 후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은 상상이지만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 시대’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엄연히 제1야당의 대선 후보고, 당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은 유력 정치인이다.

경제 기자인 나로서 가장 끔찍하게 다가오는 대목은 그가 이 나라의 경제를 얼마나 말아먹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윤 후보는 경제에 대해 속된 말로 쥐뿔도 아는 게 없다.

자기도 그걸 아는지 지난달 19일 그는 “(경제 분야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시스템 관리나 잘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에서 그가 전두환을 미화하는 바람에 세간의 관심은 온통 그의 몰역사적 인식에 집중됐지만 나는 그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운운에서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꼈다.

경제를 전문가에게 맡긴다?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윤 후보, 하나만 물어보자. 누가 제대로 된 전문가인지 식별할 능력은 있으신가? 지금까지 보여준 식견대로라면 당신이 경제전문가랍시고 고른 인물은 증권가 은어로 ‘마바라(엉터리 혹은 허풍쟁이)’일 가능성이 높아도 너무 높다.

윤석열과 검사동일체, 그리고 상명하복 문화


내가 이런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그가 철저한 검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검찰주의자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실제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이던 지난해 초 검사 전출식에서 “검사는 어느 위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검사동일체란 원칙이란 ‘검찰 조직은 한 몸과도 같다’는 뜻이다. 전체 조직이 한 몸과 같기에 뇌에서 명령을 내리면 온 몸은 반드시 뇌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한 마디로 ‘까라면 깐다’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라는 건데, 실로 한국 검찰만의 독특한 조폭 문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쌍팔년도 군사 문화를 아직도 검찰이 신봉한다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일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 군사 문화를 여전히 신주단지 모시듯 모신다. 이게 웃긴가, 안 웃긴가?

참고로 당시 윤 총장과 대립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이 쌍팔년도 인식에 대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신임 검사들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서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실로 지당한 이야기다.

정보경제학 분야에는 ‘예스맨 이론(A Theory Of Yes Men)’이라는 게 있다.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 캐니스 프렌더개스트(Canice Prendergast) 교수의 이론이다. 예스맨이란 상사가 무슨 말을 해도 “어이쿠, 님의 말씀이 다 옳습니다!”라며 손바닥을 비비는 아부꾼들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을 한다. 문제는 어떤 사람은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러다보니 선택에 왜곡이 생긴다. 아는 사람은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르니까 선택이 이상해지는 거다. 이것을 정보경제학에서는 정보불균형 상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보자. 나에게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변호사를 고용하려고 한다. 문제는 고객인 내가 법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윤석열 후보가 경제를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변호사들은 법을 매우 잘 안다. 고객인 나와 내가 고용하는 변호사 사이에 정보불균형 상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때 변호사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말로는 당연히 “고객님의 편에서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라고 떠들 것이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될수록 그는 나에게 사기를 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법에 대해 쥐뿔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때 변호사가 보일 가장 합리적(!)인 태도는 법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재판 좀 빨리 끝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 변호사는 “어이쿠.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게 우리로서는 최선이죠”라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왜냐고? 그래야 고객이 좋아하니까!

아무리 상황이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게 유리하지 않아도 변호사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변호사의 관심은 재판을 유리하게 이끄는 게 아니라 나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돈도 많이 받고, 결과가 잘못돼도 책임을 고객에게 돌릴 수 있다. 이게 바로 예스맨 이론의 요지다. 고객인 내가 법에 대해 정보를 알지 못하면, 그 분야 정보를 섭렵한 변호사는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해 일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에 최종 선출된 후 당 점퍼를 입고 인사하고 있다. 2021.11.05. ⓒ뉴시스 / 국회사진기자단

 

예스맨의 폐해와 윤석열의 시대


이 이론을 다른 조직에 적용해보자. 내가 거대 조직의 수장이고, 내 아래 수많은 실무자들이 있다. 문제는 거대 조직의 수장이 실무를 전혀 모를 때 발생한다.

조직의 수장은 부하들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 충실히 일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부하들은 조직 발전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에 관심이 있다. 게다가 수장이 내 일을 잘 모르면 수장 등쳐먹기 딱 좋은 정보불균형 상황이 형성된다.

이때 예스맨들이 등장한다. 실무자(그 분야의 전문가)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조직을 위한 선택? 그럴 리가 있나? 그들은 끊임없이 수장이 듣기 좋은 말만 한다. 수장이 자기를 예뻐해야 출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장이 이 분야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 이러면 정말 땡큐 베리머치인 거다.

쥐뿔도 모르는 수장이 “이건 이렇게 해야 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그게 완전히 헛소리인 줄 알면서도 실무자들은 “어이쿠, 회장님. 현명한 판단이십니다”라고 알랑방귀를 뀐다. 사실 그들은 안다. 회장의 이야기가 멍멍이 소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 멍멍이 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게 자기 출세에 도움이 되는데!

그래서 실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수장, 게다가 상명하복 문화를 선호하는 수장이 위험한 거다. 이에 관한 프렌더개스트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문가들이 보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보스가 평소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간파한 전문가들은 주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사탕발림을 하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즉 보스가 주관적 평가지표에 의해 전문가들을 평가할수록, 전문가들은 주인에게 아부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완전 윤석열 후보 이야기 아닌가? 윤 후보는 경제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데, 상명하복은 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그가 경제 전문가랍시고 채용한 이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겠나? 윤 후보가 어떤 멍멍이 소리를 해도 “어이쿠 대통령님 말씀이 다 옳습니다” 이러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상상해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주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러면 경제 부총리가 “어이쿠, 대통령님. 노동자란 모름지기 주 120시간 바짝 일해야죠!” 이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거지!”이러면 경제수석이 “어이쿠, 대통령님. 손발 노동은 이제부터 안 해야 마땅하고말고요!” 이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야지!” 이러면 정책실장이 “어이쿠, 대통령님. 가난한 자들에게 부정식품 팍팍 풀겠습니다!” 이럴 것이다. 경제를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어이쿠, 그게 퍽이나 잘도 돌아가겠다.

대통령 후보가 경제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건 자랑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잘 모른다면 최소한 검사동일체 같은 상명하복 마인드라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경제에 대해 무식한데다 쌍팔년도 군사문화의 신봉자이기조차 하다.

아, 이런 자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야 하다니 이건 진짜 호러물이다. 그런데 바야흐로 이 호러물이 개봉을 하려 한다. 나는 죽어도 이 호러물이 개봉되는 것을 막아야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