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ehavioral-economics story

판사는 정의의 여신이 아닌 인간일 뿐...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균형잡힌 저울을 통해 법을 집행한다.

 

신조차도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눈을 가리고 법을 진행하는데, 인간인 판사는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해 더더욱 눈을 가리고 균형잡힌 저울을 가지고 법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눈을 뜬채, 한 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을 들고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진짜 정의의 여신인양 대한민국 시민들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판사도 편견과 오류 투성인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따라서 그들의 편견은 정의와 공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 글은 2019년 7월 BBC News 코리아 '법정은 공정하다? 편견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증명한 실험' 기사 글입니다. 

 

 

정의의 여신은 공정하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미국 법원에서 판사들이 판단을 내릴 때 여느 사람들처럼 특정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사회가 판사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렇다: 판사들이 결정을 내릴 때 공정하게 행동한다, 그리고 사실에 기초해 법을 적용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도 모르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매우 심각한 것도 있다.

 


 

단순 이름만으로도 판결이 달라진다?

 

제프리 J. 라츨린스키는 코넬대학교 법대 교수다. 지난 20년 동안 밴더빌트 대학 로스쿨에서 행태주의 법과 경제학을 가르치는 크리스 거스리 교수, 앤드류 J 위스트리치 치안판사와 함께 판사들이 보여준 편견을 연구했다.

 

 

이들의 연구 중 가장 유명한 건 판사들이 어떻게 "앵커링"에 영향을 받는지를 살펴본 연구다. 앵커링은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초기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마치 마음에 내려진 "닻"처럼 정보가 작동하는 상황)을 말한다.

연구의 일환으로 판사들에게 가상의 나이트클럽이 소음 법규를 위반했다는 시나리오가 제공됐다. 판사들은 판결에 필요한 상황과 법적 정보를 동일하게 제공받았다. 다만 도로 번호를 따서 지은 나이트클럽 이름만 달랐다. 절반에게는 '클럽 55'가, 나머지에게는 '클럽 11866'이라는 이름이 제공된 것이다.

그런데 클럽 이름이 '11866'일 때 벌금이 세 배 이상 많이 나왔다. 라츨린스키 교수는 11866이 55보다 단지 높은 숫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서가 결과에 영향을 줄 때

 

연구자들이 앵커링의 영향을 조사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유형을 발견했다. 

두 개로 나눠 진행된 연구에서, 판사들은 다른 두 죄수에게 법정 형량으로 각각 징역 1년과 9년을 선고해야 했다. 

라츨린스키 교수는 "징역 1년 형 죄수를 먼저 선고하는 경우에는, 두 번째 죄수에게는 9년 형이 아니라 6년 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방금 다른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기 때문에 9년은 많아 보여서 판사들이 두 번째 죄수의 형량을 낮춘 겁니다."

하지만 "다른 판사가 9년 형을 먼저 선고하게 된 경우에는 두 번째 죄수에게 1년 형이 충분치 않아 보여서 2년 형을 선고했다"며 "숫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닻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후 연구에서는 판사들이 연 단위 선고보다 월 단위 선고를 하게 됐을 때 더 짧은 형량을 부과하는 경향을 띤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은 또한 손해배상 상한 금액을 알고 판결할 때, 손해배상 금액을 더 높게 판결했다. 원고가 TV 법정 프로그램에서 나온 손해배상에 대해 언급했을 때, 이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포만감 판결

 

법과 관련된 옛날 미국 속담에 "판사가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가가 정의"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경험이 많은 치안판사라면 식사 시간 같은 사소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연구는 이마저도 편견이었음을 보여줬다. 

2011년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조나단 레바브 교수는 판사들이 식후에 가석방 판결을 더 많이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레바브 연구팀은 이스라엘에서 경험 많은 치안판사 8명이 10개월 동안 내린 1112건의 가석방 판결을 연구했다.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판사들이 간단히 요기하거나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에 나온 판결의 65%는 가석방이었다. 그러나 휴식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호적인 판결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다시 휴식을 취한 후에야 가석방률은 65%로 돌아왔다.

 

 

 

연구자들은 판사들이 밥을 먹거나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한 게 분명한 이유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샤이 댄지거 교수는 "외적 변수들이 사법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풍부한 판사들도 심리학적 편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의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뿌리내린 믿음

 

2018년 4월 판사 500여 명의 젠더 편견을 조사한 또 다른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 대상의 68%는 남성이고 30%는 여성이었다. 2%는 미국의 법원 시스템에서 성별을 확인할 자료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판사들에게 두 가지 법정 사건을 제시했다. 이 사건은 자녀 양육과 성차별과 관련되어 있었고, 원고의 성별은 정해지지 않았다. 판사들을 대상으로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설문도 진행됐다. "여성이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남자가 생계를 주로 책임지는 가족이 더 잘 산다" 같은 고정관념에 대한 평가였다. 

연구자 중 한 명인 안드레아 밀러 일리노이 대학 방문 교수는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이라는 사회과학 저널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판사들이 판결에 있어서 성 역할에 관한 본인의 선입견을 면밀하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같은 실험을 법 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도 수행했다.

 

 

 

연구 결과 판사들의 성 역할에 관한 편견이 일반 대중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러 교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젠더 편견은 판사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판사의 전문 지식이 편견에 치우친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판사도 인간

 

판사 역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늘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법대의 테리 마론니 교수는 신임 판사 교육을 의뢰받았다. "베이비 저지 스쿨(아기 판사 학교)"이라는 깜찍한 별명이 붙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교육을 운영하는 제레미 포겔 연방사법센터 임원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1960년대 미국 의회가 만든 이니셔티브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 일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보장받아야 한다"라며,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마론리 교수는 한 팟캐스트(금융저널리스트 마이클 루이스의 '어게인스트 루')에서 2013년 이래, 판사들은 자신의 감정이 판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귀에 못이 박이도록 교육받는다고 말했다. 마론리 교수는 "인간 삶의 모든 면에서 감정이 핵심이라는 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감정과 법이 무관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법은 오로지 합리성이라는 괴상한 허구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들에게 판결할 때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자신의 편견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판사들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편견을 배우지 않기

 

은퇴한 판사이자 인디애나에서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제임스 레드와인도 판사의 판결에 편견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편견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본인들의 편견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 기사에서 그는 흑인 청소년 다섯 명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12살의 아프리카계 미국 소녀 사건을 회고했다. 미국의 전형적인 엘리트에 가깝게 성장했다는 레드와인 판사는 눈앞에 있는 다섯 명의 흑인 소년들을 보자, 이들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소녀의 편을 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배심원단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구성됐다. 레드와인 판사처럼 특정한 편견을 갖지 않았던 배심원단은 사안을 보다 미묘하게 바라봤다. 목격자 몇 명이 소환됐고, 사건의 다른 측면이 입증됐다. 판사는 "내 편견이 심각하게 정의를 훼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편견이 학습된 특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나는 학습된 그것(편견)을 잊으려 노력하게 됐다"고 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