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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story

폭군과 소시오패스

지난 5월 18일 [더 칼럼리스트] 에서는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쓴 '제왕무치와 소시오패스'라는 칼럼을 소개했다.

이에 '굿모닝 충청' 강문영 기자는 본인의 기사를 통해 전우용 교수는 자기는 살인, 납치, 강간을 일삼았으면서도 타인에게는 '일족을 멸하는 법을 함부로 적용했던 연산군'에 대한 사관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남의 잘못은 과도하게 처벌하면서도 자기 죄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것이 옛날 폭군과 현대 소시오패스의 공통점이라고 날을 세웠으며, 이는 최근 검찰이 이른바 ‘본부장 비리’로 일컫는 윤 대통령 등 관련 사건 대부분을 각하처리하고, 한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딸 논문 의혹을 “탈법도 아니고, 실제 사용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는 궤변으로 눙치고 넘어간 일련의 부조리한 상황을 겨냥한 가시 돋친 발언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5월 18일자 굿모닝 충청 기사 중)

 

아래 글은 5월 18일 [더 칼럼리스트]에서 소개된 전우용 교수의 '제왕무치와 소시오패스' 글의 일부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군주제 시대의 군주 중에는 성군보다 폭군이 훨씬 많다. 폭군들은 스스로 살인, 방화, 강간 등의 반인륜 범죄를 거리낌없이 저지르면서도 백성의 잘못은 사소한 것이라도 용서하지 않았고,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자기는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은 어떤 짓을 해도 안 되며, 특히 자기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악랄하게 죽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신념이었다.

현대의 심리학자 다수가 옛날 폭군들을 소시오패스, 즉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 본다. 그들은 죄가 무엇인지는 알되 죄책감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자들이었다. 물론 제왕 중에 소시오패스가 많았던 것이 혈통 탓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파렴치 인사들과 그 비호자들


제왕의 도덕률에 따라 사는 사람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드물지만 그렇게 태어난 사람도 있고, 어릴 때 받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그렇게 된 사람도 있으며, 일종의 직업병으로 그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지난 70여 년간, 우리나라에는 제왕이 아니면서 '제왕의 도덕률'을 체화한 직업인들이 있었다. 자기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법적, 도덕적 기준이 다른 것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이 특수 직업인들은 그 차이가 극단적으로 벌어져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들은 똑같은 행위라도 남이 하면 '일족을 멸할 죄'이지만, 자기가 하면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 같은 행위에 다른 법적 기준이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공정, 상식, 보편적 도덕률이 자리 잡을 수 없다. 아니, 인간성 자체가 존속할 수 없다. '독일인이 유대인을 강간하고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유대인이 독일인 앞에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것은 죽을 죄'라는 나치시대 독일인 다수의 상식은, 그들 자신을 '비인간'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 청문회에서는 '제왕무치의 도덕률'이 유감 없이 전시되었다. 상당수 후보자가 '남에게 적용하는 법'과 '자기에서 적용하는 법'이 극단적으로 다른 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다. 남에게는 '일족을 멸할 죄'를 적용해 놓고도 자기에 대해서는 '도덕적 비난'조차 용납하지 않는 태도는 군주제 시대 푹군의 태도와 완전히 같았다. 게다가 다수의 '주류 언론'은 이런 파렴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애썼다. 남은 잔인하게 비난하면서 자기의 잘못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보도 형태를 반복하면서, 그들 자신도 '제왕의 파렴치'를 체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제왕의 도덕률'이 존재한다는 점에 있지 않다. '수치를 모르는 인간'이나 '파렴치한 인간'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공정, 상식, 법치주의, 보편적 도덕률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된 것은, 이런 것들이 군주제 시대 '제왕무치의 도덕률'과 상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는 '제왕무치의 도덕률'을 승인하고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 '제왕무치의 도덕률'을 체화한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 그들이 숭배되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라 제국이다. 그런 제국은 종종 소시오패스 국가가 된다. 소시오 패스의 정신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개별적인 소시오패스 범죄보다 훨씬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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